드래곤 라자
이영도 - 황금가지
1. 이 책을 읽게 된 동기
드래곤 라자 예전에 하이텔 시리얼 게시판에 연재가 되었고 이후에 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예전에 판타지 문학이 흥했을 때 제일 많이 팔린 책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밀리의 서재에 이영도 작가의 책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읽어보았습니다.
2.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드래곤 라자 3권 복수의 검은 손길 - 중에서
칼은 아예 본격적으로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오, 맙소사! 난 항상 샌슨은 몰라도 칼은 헬턴트 사나이의 규격 미달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지금 보니 전혀 그렇지 않잖아? 칼은 완전한 헬턴트식 배짱을 부리고 있다. 그러니까 ‘네가 날 죽이는 것 말고 더 뭘 하겠냐? 하지만 내 목숨은 내 것이고, 내 마음대로 종말 처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네가 날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 죽는 것이니 넌 사실 날 죽일 수조차도 없다. 멋대로 해봐!’라는 식의 배짱 말이다.
헬턴트식 배짱은 헬턴트 마을의 환경을 알아야 합니다. 아무르타트라는 드래곤의 둥지 근처에 있기 때문에 몬스터가 수시로 마을을 습격하고 몬스터를 막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며 마을을 지켜가는 사람(남자)들이 사는 곳입니다. 남자들은 몬스터와 대면 시에 언제 죽을지 모르고 주인공인 후치는 아직 청소년이기 때문에 싸우지 않고
"남길 말은?"
이란 대사로 유가족들에게 유언을 전달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책에서 묘사가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라 '헬턴트식 배짱'이란 말이 나온 것이죠.
드래곤 라자 5권 별은 바라보는 자에게 빛을 준다 - 중에서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으로 자신을 확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난 레니 양을 구출하려는 내 자신을 압니다. 난 들어가겠습니다.”
칼은 쓰게 웃으며 질문했다.
“자아가 사라질지도 모르는데도?”
“시간 아래 영원한 것은 없어요.”
바로 그 말이 우리의 행동 지침이 되었다.
시간 아래 영원한 것은 없는데 왜 이리 하고 싶은 것들을 미루며 살까요?
소설 내에서 영원의 숲이라는 장소가 나오는데 이곳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의 기억과 나의 기억이 잊혀지면서 나중에는 흔적도 없이 자아가 소멸하는 것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그곳에 들어가면 내가 세상에서 사라져 버릴 수 있는 곳이지요. 위험한 장소이니 만큼 파티원들이 의견을 교환하는 장면입니다.
샌슨은 손바닥을 딱 치며 말했다.
“하핫! 어차피 우리가 죽고 나서 100년, 200년쯤 지나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죠. 우리에 대한 기억은 아무데도 남아 있지 않을 테니. 그렇다면 현재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렵니다.”
그리고 내가 그 뒤를 이었다.
“우리는 지금을 사는 거니까요. 난 갑니다. 내가 사라지면 우리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는…….”
말이 맺어지지 않는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아서 눈앞이 흐려졌다. 샌슨은 묵묵히 내 어깨를 짚었고, 바로 그때 난 악쓰듯이 외쳤다.
“술주정꾼 아들 하나 완전히 사라지는 거지요!”
샌슨은 웃음을 터뜨렸고 나도 눈을 쓱 닦으며 웃었다. 칼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에겐 테페리의 인도라는 담보가 있다네. 해볼 만하지 않은가? 누구는 신의 권능을 무기로 사용하는 이 마당에, 우리도 신의 권능을 한번 담보물로 삼아보세나. 하하하.”
제레인트는 입을 딱 벌린 채 칼을 바라보았지만 칼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우리는 아직까지 의사 표현을 하지 않은 사람을 바라보았다.
네리아 역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칼은 강요하지는 않겠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네리아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테페리의 인도" - 갈림길을 관장하는 신입니다. A선택지냐? B선택지냐? 두가지 중에 어떤 갈림길을 가야 할지 알려주는 신인데 영원의 숲이 자아가 사라질 수도 있는 위험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테페리란 신이 들어가라고 나온 겁니다. 그래서 칼이 신의 권능을 담보로 삼아서 들어가 볼 만하다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하긴, 뭐. 난 황야 어디서 죽어버리면 아무도 내가 살아 있었다는 것을 기억 못할 거야. 내가 세상을 살아갔고, 사람을 좋아했고, 반짝거리는 것을 몸살나게 좋아했다는 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겠지. 그렇다면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함께 사라져보는 것도 괜찮아.”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어버렸다. 제레인트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사라져도 좋습니까?”
칼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어차피 사라집니다.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하지만 사라질 때까진, 제대로 살아보렵니다.”
제레인트는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푹 숙였고, 그러곤 고개를 들고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그는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좋아요!”
“예?”
칼이 반문했지만 제레인트는 거의 듣지도 않은 채 외쳤다.
“그렇다면 자기가 걸린 모험이군요. 끝내줍니다. 사상 최대의 모험이군요! 최소한 자아를 가진 개인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한 모험은 없겠군요. 하핫! 지성을 가진 존재 최후의 모험입니다!”
“아, 예. 그렇긴 하군요.”
제레인트는 갑자기 팔을 들어올려 앞을 가리켰다.
“남겨진 사람의 기억에는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뜻에 따라, 갑시다! 영원의 숲으로.”
제레인트는 테페리의 신의 권능을 많이 받은 사제이면서도 자기애가 강하면서 장난끼 넘치며 어찌보면 상당히 불경한 사제입니다. (그러면서도 테페리 신을 좋아하는...) 신의 뜻을 알면서도 우물쭈물하고 망설이는 태도를 보이지요. 그래도 용기를 내어서 영원의 숲으로 들어갑니다. 대체로 테페리의 사제들은 장난끼가 많고 재미나게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볼 줄 아오. 밤하늘은 어둡고, 주위는 차가운 암흑뿐이지만, 별은 바라보는 자에겐 반드시 빛을 주지요. 우리는 어쩌면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 속에 존재하는 별빛 같은 존재들이지. 하지만 우리의 빛은 약하지 않소. 서로를 바라볼 때 우리는 우리의 모든 빛을 뿜어내지.”
이게 제 기억이 맞다면 5권의 마지막에 적힌 구절일 것입니다.
드래곤 라자 6권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한다 - 중에서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쓸데없이 복잡한 의미가 있다. 과거의 석 장은 잊혀진 것, 기억하는 것, 잊혀지지도 기억하지도 않은 것을 나타낸다. 현재의 두 장은 한 사람의 겉과 속을 나타낸다. 미래의 넉 장은 원하는 일, 원하지 않는 일, 원하지 않지만 해야 할 일, 원하지만 할 수 없는 일을 나타낼 거야,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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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타로카드가 생기면 이런식으로 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억 못 할 것 같아서 적어봅니다.
“떠나기 전에 꼭 해줄 말이 있었소. 어제 아가씨가 뽑은 그 패 말이오.”
“예? 아, 그거요?”
“그래요! 그거 최고의 운이오. 저분 말마따나 천기를 누설하게 되는 일이지만, 도저히 말하지 않을 수 없소. 젠장, 아가씨처럼 미녀라면 난 천기 누설죄로 벼락 맞아도 좋아. 아가씨는 말이오, 앞으로 상상도 못할 행운을 가지게 될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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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상상도 못할 행운을 가지시길 기원합니다.
“천만에! 와하하! 길을 떠나시는 거요? 그럼 그건 행운을 찾아가는 길일 거요! 가슴을 활짝 열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시오! 가장 큰 행운을 실은 바람이 아가씨에게 불 거요! 복된 길 되실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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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낭만이 가득 담긴 대사들이 나옵니다. 오글거린다. 손발이 오그라 든다. 닭살 돋는다. 이런 말들이 낭만을 파괴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항마력이란 말로 오글거린다는 말을 견딘다고 표현을 하는 지금의 문화가 아쉽습니다. 0과 1로 구분이 확실한 디지털 감성보다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드래곤 라자 7권 대마법사의 만가
“핸드레이크가 당신에게 무엇을 요구한 적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간곡하게 말한 적이 있었습니까? 혹은 당신에게 무엇이 되라고 요구한 적이 있습니까? 당신이 변화될 것을 요구한 적이 있습니까?”
다레니안은 입을 딱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레인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 번도 없었겠지요. 우리들이 보통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일종의 파괴입니다. 상대에 대한 적극적 파괴 행위지요. 그 점에선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우린 불길일지도 몰라요.”
“파괴라구?”
“그래요. 상대를 원래의 모습으로 있게 두지를 못하지요. 어떻게든 상대로 하여금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뀌게 하려 애씁니다. 상대가 스스로의 즐거움, 스스로의 기쁨을 누리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있음으로써 즐겁고, 나와 함께함으로써 기쁘기를 바랍니다. 상대가 알고 있는 그만의 즐거움을 이해해 주지 못하고. 이 점에선 사랑과 증오는 거의 같아요. 어쨌든, 상대를 변화시키려고 애쓰는 것이니까요.”
“난, 난 네 말을…….”
다레니안은 차원을 넘어 다닐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인간과 다른 종족이지요. 단수의 존재이면서 종족 자체이죠. 그 존재에게 인간이 사랑을 할 때는 이런 식으로 한다는 제레인트 식 사랑의 강의를 하는 장면입니다.
“당신은 그의 모습에 맞추어 당신의 사랑을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에 맞추어 그를 변화시키려고 했습니다. 적어도, 내가 들은 바로는 그렇습니다.”
다레니안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럼, 그럼 네가 말하고 싶은, 진정한, 진정한 사랑은 뭐지?”
“상대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건 무관심하고 뭐가 다르다는 거지? 상대를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라면, 그건 무관심하고 뭐가 다르단 말이야!”
다레니안의 작은 몸 전체가 분노로 떨고 있었다. 하지만 제레인트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 두 가지는 구별하기 어렵겠지요. 나로선 확신은 없습니다. 신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에게 무관심한 것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겠지요. 그래서 나는 핸드레이크가 당신에게 무관심했는지, 아니면 자신을 마구 변화시키려 드는 당신의 모습마저도 포용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제레인트는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볼까요. 핸드레이크는 드래곤 로드마저도 북방으로 쫓아버릴 정도의 남자였습니다. 그건 잘 아실 테지요. 직접 보셨으니까. 그런 자가 왜 시시콜콜 자신을 방해하는 당신은 그대로 내버려두었을까요?”
“뭐야?”
이번에는 다레니안의 몸 전체가 경직되었다. 제레인트는 차분하게 말했다.
“그는 간단하고도 불쾌하지 않은 방법으로 당신을 제어할 수 있을 남자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는 왜 당신을 그대로 내버려두었을까요? 그런 실수 때문에 결과적으로 핸드레이크는 일생의 목표를 파괴당하게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뼈저린 실수일까요? 그러나 여덟 별이 파괴되던 날, 그는 당신을 소중히 가슴에 안은 채 사라졌다고 들었습니다.”
다레니안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제레인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지만 하던 말은 중단하지 않았다.
핸드레이크는 드래곤의 대장 마법의 시초였던 드래곤 로드를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 마법을 이용하여 드래곤 로드를 북방으로 밀어내 버리고 인간이란 종족이 대륙을 차지할 수 있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대마법사입니다. 그 마법사가 다레니안(페어리들의 지주, 페어리 퀸)을 손쉽게 물리적으로 구속하는 방법을 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목표(상당히 이상적인 목표)를 본인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꾸 방해하는 다레니안을 왜 내버려 두었겠느냐?라고 제레인트가 알기 쉽게 설명하는 장면이죠.
“그날, 핸드레이크는 당신을 포옹한 채 루트에리노의 곁을 떠났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그가 뭐라고 말했습니까?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다레니안은 제대로 서 있지를 못했다. 그녀는 갑자기 땅으로 떨어지려고 했다. 난 재빨리 앞으로 나서서 추락하는 그녀를 두 손으로 받아내었다.
받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하려고 들면 할 수 있는 세상이니까. 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으로 다레니안을 받쳐들었다.
다레니안은 내 손바닥 위에 쓰러져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핸…….”
귀가 빨개지는 것 같군. 내가 핸드레이크가 된 것 같잖아? 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하려 했지만 그때 제레인트가 손가락을 입술로 가져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 말 하지 마.’
다레니안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작은 눈물이 엄청나게 뜨거워 나는 놀라고 말았다. 다레니안은 울먹이며 말했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지요?”
난 잠자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다레니안, 제레인트, 후치가 다른 차원의 공간에서 서로 이야기를 하는 장면입니다. 다레니안이 핸드레이크의 사랑을 뒤늦게 알게 되었죠...
“넌 특별한 것 같아.”
“글쎄요. 모든 이가 다 특별하겠지요.”
“그래? 후후. 인간아. 인간으로 서고 인간으로 말하는구나? 너희들은 모두 하나이며 모두가 특별하다는 말이겠지?”
다레니안은 농담을 건네듯 말했고 난 머쓱하게 웃어버렸다.
다레니안과 후치의 대화입니다. 인간은 사람과 사람의 서로 간의 관계를 말하며 관계 속에서 기억 속에서 인간은 하나하나의 소중한 존재, 개체이면서 관계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인 듯합니다. 인간관계는 6단계만 거치면 지구상 대부분의 사람과 연결될 수 있다는 사회 이론도 있잖아요.
3. 이 책을 다 읽고
밀리의 서재 플랫폼을 이용하여 PC뷰어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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